시코쿠의 숨은 힐링 장소, 마쓰야마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 대부분 도쿄, 오사카, 교토 같은 대도시를 떠올리죠. 하지만 5년간 일본에 살면서 발견한 제 인생의 소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시코쿠 에히메현의 '마쓰야마(松山)'입니다. 이곳은 일본의 가장 오래된 온천 도겐온천이 있고, 아름다운 성과 고풍스러운 거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예요.
처음 마쓰야마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도시 전체를 감싸는 포근한 분위기, 복잡한 대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 그리고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까지. 마쓰야마는 제게 일본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쓰야마 가는 교통편
항공편으로 가기
마쓰야마에는 자체 공항이 있어 도쿄(하네다 공항)와 오사카(이타미 공항)에서 직항편으로 약 1시간 20분이면 도착합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가 매일 여러 편 운항하고 있어요. 특히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아침 일찍 첫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토내해의 섬들과 아침 햇살에 빛나는 마쓰야마성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에요.
기차로 가기
신칸센을 이용한다면 도쿄에서 오카야마까지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고, 오카야마에서 특급열차 '시오카제'를 타고 마쓰야마까지 약 2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저는 일본 기차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싶어 이 루트를 선택했었는데, 세토내해를 따라 달리는 열차의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페리로 가기
히로시마에서 마쓰야마까지 페리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세토내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처음 마쓰야마를 방문했을 때는 이 페리를 이용했는데, 갑판에서 맞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눈부신 햇살이 여행의 설렘을 더했습니다.
마쓰야마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
1. 도고온천 (道後温泉)
일본 최고(最古)의 온천으로 알려진 도고온천은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특히 도고온천 본관은 일본 문학의 거장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의 배경으로도 유명하죠.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녁 무렵, 목욕을 마치고 유카타를 입고 온천가의 골목을 거닐었는데, 전통 료칸들과 작은 상점들 사이로 울려 퍼지는 게타(나무 샌들) 소리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을 선사했어요. 꼭 3층 목욕탕에 들어가보세요. 이곳은 일본 메이지 시대에 황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으로, 지금은 별도의 요금을 내면 일반인도 이용 가능합니다.
2. 마쓰야마성 (松山城)
도시 중심부의 카츠야마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마쓰야마성은 일본의 12개 원형 성 중 하나입니다.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수 있으며, 성 내부에는 무사의 갑옷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어요.
특히 벚꽃이 만개한 봄날, 이 성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수백 그루의 벚꽃나무가 성 주변을 감싸고,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성 꼭대기에서 바라본 마쓰야마 시내와 먼 바다의 전망은 일본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3. 이시테지 사원 (石手寺)
마쓰야마의 중요한 불교 사원인 이시테지는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의 51번째 사원입니다. 넓은 경내에는 본당, 다보탑, 철당간 등 다양한 불교 건축물이 있으며, 특히 카메야마 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어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 번은 이곳에서 우연히 현지 노인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절의 역사와 시코쿠 순례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순례자들이 입는 하얀 옷과 삿갓의 의미, 그리고 그들이 몸에 지니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불교 문화에 대한 제 이해를 넓혀주었어요.
4. 도고공원 (道後公園)
도고온천에서 가까운 이 공원은 에히메현의 번주였던 마쓰다이라 가문의 별장이 있던 곳입니다. 아름다운 일본 정원과 연못,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들이 매력적이에요.
가을에 방문했을 때, 공원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거의 하루 종일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으며 단풍 아래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특별했어요. 현지인들도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5. 봇짱 열차 (坊っちゃん列車)
마쓰야마 시내를 운행하는 복고풍 증기 기관차인 봇짱 열차는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에 등장하는 열차를 재현한 것입니다. 짧은 노선이지만, 도시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이 열차를 타게 되었는데, 차장님이 메이지 시대 복장을 하고 승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열차 안에서는 마쓰야마의 역사와 소설 '봇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거예요.
현지인이 추천하는 마쓰야마 숨은 맛집
1. 타이메이켄 (太明軒) - 다이고 메시의 원조
마쓰야마의 향토 음식 '다이고 메시(鯛御飯)'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당입니다. 다이고 메시는 도미를 얹은 밥 위에 특별한 소스와 계란을 풀어 먹는 요리인데, 이 집의 특제 소스는 3대째 비밀 레시피로 전해내려온다고 해요.
제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주인장이 "외국인이 우리 가게를 어떻게 알고 왔어요?"라며 놀라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기에 대화를 나누며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영업시간: 11:00~15:00, 17:00~21:00
휴무일: 수요일
2. 군모리야 (郡守屋) - 최고의 타키코미 고한
마쓰야마의 또 다른 향토 음식인 '타키코미 고한(炊き込みご飯)'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든 밥과 함께 나오는 소박한 반찬들이 정말 맛있어요.
어느 비 오는 날, 우연히 들어간 이 식당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주인 할머니께서 "비 오는 날엔 역시 이게 최고지!"라며 내어주신 뜨거운 타키코미 고한과 된장국은 그야말로 '소울 푸드'였습니다. 지금도 비가 오면 그때 그 맛이 생각나곤 해요.
영업시간: 11:30~14:00, 17:30~20:30
휴무일: 월요일
3. 도고 바이린 (道後梅林) - 명물 타루토
마쓰야마의 유명한 디저트 '타루토(タルト)'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타루토는 서양의 타르트와는 다른 일본식 과자로, 감귤을 주원료로 만든 스폰지케이크입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해에 우연히 이 가게의 타루토를 맛보게 되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서 이후로는 마쓰야마를 방문할 때마다 꼭 들러 몇 개씩 구매해갔습니다. 특히 도쿄에 사는 친구들에게 선물했을 때 너무 좋아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업시간: 9:00~19:00
휴무일: 비정기휴무
마쓰야마에서의 숙박 추천
1. 도고온천 후나야 (道後温泉 ふなや)
도고온천 본관 바로 옆에 위치한 역사적인 료칸으로, 메이지 천황도 묵었던 곳입니다. 전통적인 일본 건축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요.
제가 부모님 모시고 이곳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데, 방에서 바라보는 일본 정원의 모습과 저녁에 나오는 가이세키 요리의 정성스러움에 감동했습니다. 특히 부모님들을 위한 효도여행이라면 더욱 추천합니다.
2. 도고 프린스 호텔 (道後プリンスホテル)
현대적인 시설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호텔입니다. 옥상 온천에서 바라보는 마쓰야마 시내 전경이 일품이에요.
마쓰야마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에 묵었는데, 바쁜 일정 후 옥상 온천에서 밤하늘을 보며 피로를 풀던 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호텔 1층의 라운지에서는 현지 주민들도 많이 찾는 디저트가 있어 꼭 시도해보시길 추천해요.
마쓰야마 여행 꿀팁
1. 마쓰야마 추메구리 티켓 활용하기
시내 주요 관광지와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관광안내소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제가 처음 마쓰야마를 방문했을 때는 이 티켓이 있는지 몰라서 아쉬웠는데, 두 번째 방문 때는 이걸 구매해서 훨씬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었어요.
2. 유카타 체험
도고온천 주변에는 유카타를 대여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유카타를 입고 온천가를 산책하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친구들과 함께 갔을 때 다들 유카타를 빌려 입고 거리를 누볐던 기억이 재밌습니다. 현지인들도 우리에게 환하게 웃어주셨어요.
3.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체험
완전한 순례는 아니더라도, 마쓰야마에 있는 몇 개의 사찰을 방문하며 순례자들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시테지 사원에서 순례자용 수첩과 스탬프를 구매해 기념으로 남겼습니다.
4. 마쓰야마 축제 참가
8월에 열리는 '마쓰야마 여름 축제'나 4월의 '도고온천 축제'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한 번은 우연히 축제 기간에 방문했는데,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환호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마쓰야마, 왜 추천하는가?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의 번잡함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교토와는 달리, 마쓰야마는 아직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도시입니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이 도시에서는 진짜 일본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어요.
5년간 일본에 살면서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마쓰야마만큼 편안하게 느껴지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는 없었습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혹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골든루트에서 벗어나 색다른 일본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쓰야마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도시의 포근함과 아름다움은 분명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마쓰야마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남을 특별한 기억이 될 거예요.
결론
일본 시코쿠 여행을 계획 중이신가요? 에히메현 마쓰야마는 꼭 방문해볼 만한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시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여행 계획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더 많은 일본 여행 정보와 현지인만 아는 숨은 명소를 알고 싶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